[C컷] 낙서로 상처받는 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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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1.11 15:38

    “신순, 정선, BYC...” 29일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내 식물원 선인장 줄기엔 누군가가 날카로운 것으로 새겨놓은 이름들이 어지럽게 적혀있다. 바로 옆 용설란 잎사귀도 낙서가 가득했다. 낙서 가득한 잎들은 썩어서 흉측한 모습이다.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왜 여기에 왜 글씨가 있지?"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현장에서 찾은 낙서 된 나무들만 10여 그루가 넘었다.

     

    낙서가 된 나무들은 대부분 관람객이 만질 수 있을 정도로 가깝거나 CCTV가 없는 전시관 구석이었다. 선인장 위에 낙서는 줄기에 상처가 깊게 패면서 선인장이 주저앉고 ‘무름병’에 걸려 심한 경우 죽을 수 있다. 식물 위에 새기는 낙서는 지울 수도 없다. 이처럼 일부 몰지각한 관람객들의 식물 위 낙서는 지방의 다른 식물원이나 대나무 숲에도 많다.

     

    녹차 밭으로 유명한 전남 보성의 대한 다원의 대나무 숲에는 관광객들이 다녀간 낙서들이 가득하다. 녹차 밭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한 직원은 “낙서하지 말라고 하면 외려 우릴 째려본다”며 “4천원 입장료를 내고 만원 대우를 받길 원한다”고 했다. 대나무 위 낙서는 대부분 시험 합격기원이나 연인들의 사랑 소망 메시지다. 박씨는 일부 방문객들은 대나무 울타리를 넘어와 깊숙한 대나무에 낙서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기 낙서를 몇 년 뒤 다시 찾아와서 본다면 창피해 할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제주도 식물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제주 한림공원은 수학여행을 온 국내 학생들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한자로 된 낙서가 늘고 있다. 중국어와 영어로도 된 낙서금지 알림판도 군데군데 세워 놨지만 별 소용이 없다. 한림공원 학예 팀 박치관(31) 과장은 “주로 잎사귀가 크고 넓은 용설란이나 대나무 껍질에 낙서하는 경우가 많은데 식물은 복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용설란에 낙서하면 대부분 잎을 자르거나 대나무는 뽑아 새로 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 과장은 “식물은 생명이고 똑같이 고통을 느낀다”면서 “낙서 된 식물들을 보면 열심히 가꿔온 직원들도 안타깝다”며 관람객들의 낙서를 멈춰 달라고 당부했다.

      

    반면에 지속적인 관리로 낙서가 많이 줄어든 경우가 있다. 서울대공원 식물원도 관람객의 수많은 낙서와 싸웠는데, 관람 에티켓 안내문과 CCTV 숫자를 늘리자 크게 줄었다. /장련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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