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8일 미국 뉴욕 거리를 걷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경호요원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문 대통령이 유엔 본부 건물에서 숙소까지 걸어서 이동할 때 경호원들의 양복 상의 단추를 본지에서 문제 제기 했었다. 경호원은 위급 상황에서 쉽게 총을 꺼내기 위해 대개 양복 상의 단추를 푸는 것이 정석이라는 점을 말이다.
그래서일까?
2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펼쳐진 72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청와대 경호원들의 양복 상의는 다 풀려있었다. 대통령 경호의 경우 예기치 못한 공격을 받았을 때 0.725초 만에 대응 사격을 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경호 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도착한 문 대통령은 영접 나온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이철성 경찰청장 등과 인사를 나눈 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그의 근접 경호원들은 티 나지 않는 모습으로 주변을 지켰다.
행사가 진행되며 문 대통령의 축사가 이어지고 경찰특공대의 대테러 시범이 이어졌으며 행사를 마친 뒤 경찰특공대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격려했다. 그 뒤 드론전파 차단장비, 다기능 열 영상 관측경, 폭발물 처리로봇, 방탄방검복, 비 살상 대체총기 등 경찰 장비를 둘러보고 KCSI 이동식 증거분석실 장비도 둘러봤다.
이때부터 청와대 경호원들의 눈과 귀, 발걸음이 더욱 분주해졌다. 저격용 조준경을 찾아내는 장비를 들고 주변 빌딩과 유리창 등을 살펴보는 경호원들, 갑자기 뛰어드는 신원 미상자에 대비한 근접 경호원들 등 광화문광장은 주변 고층 빌딩이 많아 저격이나 경호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행사를 마친 뒤 차량에 오르기 전 문재인 대통령이 주영훈 경호처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주 경호처장의 조언을 들은 문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향해 양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주변에 서 있던 한 경호원이 낮은 목소리로 "가까이 가셔서 사진을 찍으셔도 됩니다"라며 여성 지지자들에게 이야기한다. 갑자기 달려드는 지지자들은 3선 바리게이트를 지나 2선 바리게이트 앞까지 인사하러 온 문 대통령과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눈다. 이때도 경호원들의 시선은 주변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 원칙을 가까이서 본 느낌은 이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지만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주변 지지자들을 생각하는 VIP와 그를 경호하는 경호처장, 수행부장 등의 원칙과 생각이 반영되더라도 현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 경호다.
현장에서 그들의 판단만큼 정확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순간 잘못 판단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경호라 하더라도 항상 긴장하며 주변을 주시하고 맡은바 임무를 다하는 그들에게 존경과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남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