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 울긋불긋 단풍 내려앉은 설악산의 안과 밖, 그 풍경의 쾌락

  • 월간산

    입력 : 2017.10.21 11:17

    설악을 향한 예찬은 부질없다.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풍경의 미학이 있고,
    경계를 넘어선 것이 있다.
    “설악은 아름답다”고 말하는 순간,
    설악은 이미 축소되었다.
    말로 규정하기엔 설악이 주는 감동의 파동이 너무 깊다.
    말없이 바라만 보는 것이 최고의 감탄일 수 있음을
    숨넘어가는 설악의 긴 오르막에서 투정 한 번 하지 않고
    낡은 등산화 끈 질끈 묶고 오르는 사내는 알고 있다.



    “거 좀 조용히 합시다!
    1275봉을 넘는 구름의 속삭임이 하나도 안 들리잖소!”
    라고 성내려다 몇 번을 참아 삼키고는
    잠든 딸 얼굴 매만지듯 슬쩍
    분비나무 껍질 어루만지고 흘러가는
    오래된 사내의 뒷모습.
    ‘공룡능선’ - 조국제


     

    ‘설악산 흘림골의 가을’ - 이신영

    ‘십이선녀탕 추경’ - 이만욱

    그래서 설악을 찾았다.
    지금쯤 천불동에 고운 연지곤지 새색시 내려앉았을 텐데
    지금쯤 흰 고래 닮은 구름이 대청봉을 넘고 있을 텐데
    지금쯤 소청산장에서 마시는 커피는 믹스커피라도 감동일 텐데
    지금쯤 만경대에 오르면 세상 모든 걱정 잊을 수 있을 텐데
    설악과 설악이 꼬리를 물고 나타나 하는 수 없이 설악을 찾았다.
    가을이 아닌 설악의 가을이었다.


     

    ‘단풍옷 입은 설악’ - 이한구

    가을이 내려앉은 설악산 중청 일대. - 정정현

    ‘만경대에서 본 설악’ - 이신영

    첫 눈에 반해 좇아 들었다.
    돈도 명예도 팽개치고 위태롭게 마음 주었다.
    입술은 처음 보는 붉은색, 머릿결은 처음 보는 검은색이었다.
    사람들이 다 말려도 그때는 들리지 않아
    눈 멀고, 마음 멀어, 돌아 갈 수 없을 만큼 깊이 들었을 때
    정신 차리니, 아뿔싸! 남설악 흘림골 속,
    처음 만난 미인이었다.


     

    ‘울산바위에 깃든 가을’ - 임흥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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